2019. 1. 7. 15:22ㆍ일상 기록하기/창문 밖 디자이너 일기
신혼여행으로 일본을 선택하는 커플은 드물 것 같지만 닌니쿠군과 나는 일주일간 도쿄를 다녀왔다. 여행 준비 단계 부터 재밌는 브랜드를 찾겠다며 둘 다 들떠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신혼여행을 가장한 브랜드 리서치 출장...
먼저, 처음으로 찾아간 브랜드는 무려 친구 집 차고에서 시작된 커피계의 애플, [블루보틀]이다.차고에 대한 끝 없는 집착
이곳은 블루보틀 신주쿠 점.
기둥에는 영문으로 블루보틀 이라는 표기 조차 하지 않는 파란 병의 로고가 간결하게 그려져 있다. 블루보틀이 고객에게 보여주는 가장 큰 가치는 최고의 커피 맛에 대한 고집이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과정과 생소한 기구들을 보며 커피향을 맡고 있으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커피를 좋아하지만 커피 주량(?)은 3모금인 나를 들뜨게해 무려 2잔이나 마시게 했다. 그렇게 손이 떨리고 흥분된 상태로 브랜드 굿즈들을 둘러보았다.
콜라보를 했음에도 로고 하나 붙어있지 않은 요 도자기의 깔끔한 모습에 반해 머그와 그릇 세트 HASAMI PORCELAIN X Blue Bottle 를 구매했다. 이름을 검색해 사이트에서 좀 더 알아보니 하사미 마을은 일본의 도자기 마을 중 하나이고, 약 400년 전 부터 도자기를 제작했다고 한다.
지금 누구 생각해?
여행 내내 세번을 방문할 정도로 커피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편안한 자리가 없어 맛있는 커피를 여유롭게 즐기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와 노트북 올려놓기 좋은 두툼한 나무 책상을 항상 편리하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그 녀석에게 이미 익숙해져 버린 나는 블루보틀과 만나며 스타벅스의 공간을 잠시 떠올려 버리는 삼각관계 같은 브랜드 경험을 하고 말았다.
이처럼 커피라는 같은 제품을 가지고도 브랜드의 가치에 따라 다른 접점을 만들고, 고객으로서 만나게 되는 경험의 결이 무척 다를 수 있다는게 참 재미있지 않은가. 스타벅스와 블루보틀, 두 브랜드가 가진 시간의 속도는 다르다. 사람들은 빠르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지만 그렇기 만을 바라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두 카페가 모두 필요하다. 정해진 타임아웃 때문에 시간을 아껴 쓰게 되는 여행에서 시간을 내어 여러번 방문을 하게 될 정도로 블루보틀은 커피가 맛있는 좋은 브랜드였다. 인기에 힘입어 5월에 블루보틀 한국 1호 지점을 오픈한다.
블루보틀에서 얻은 것: 알맞는 속도로 조율된 경험
잘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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